20170526

#1

극심한 장염으로 고생했다.

회사는 자녀있는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좋은 편이라 매년 어린이날에 회사 전체를 키즈까페처럼 꾸민다.

우리 첫째는 이제 작년과 반응이 드라마틱하게 다르다 작년엔 그게 뭔지도 몰랐다면, 올해는 기대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우와!

#2

문제는 나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염증으로 인해서 열이 올랐고, 나는 몇년간의 경험으로 이렇게 내 말이 어눌해지고 띵하다는건 대충 38도 넘게 올랐다는걸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선 링겔을 맞으라 했고, 맞고나니 한결 괜찮았지만 이건 뽕에 불과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온 세상이 노랑다.
하지만 내 딸 아이는 그 기대하는 눈빛. 가야지. 열심히 못 놀아줘서 좀 미안하다 원래 오두방정 떨면서 놀아줘야 되는데.

#3

딸아이가 외할머니와 일본에 놀러갔다. 주말까지 있다가 돌아온다.
어젯밤에 딸아이와 아내를 인천공항에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늙은 고양이 세마리가 나를 반겨준다.
이리 쓸쓸하다.

내가 출장을 떠나있을때랑은 그 느낌이 다르다.
너무 쓸쓸했다.

괜히 딸 아이의 빨간 로보트 장난감에 딸 아이 생각을 하며 뽀뽀를 했다.

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고양이들은 아빠랑 문열고 침대에서 다같이 잤다.

#4

세월호에는 수십명의 내 딸아이들이 타고 있다. 쳐다볼 수가 없다. 기사를. 여전히.

나는 그래서 딸아이가 배 탄다고 하면 같이 타던가 안태울꺼다. 이 보고 싶음에 문득 저기 저 죽은심정의 부모들은 오죽할까. 어떨까.

#5

회사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늘 같이 다녔다.

출근길에 둘째가 창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창문을 열며, 난 습관적으로 첫째쪽 창문도 열었다.

“아빠 내 쪽 제일 많이 열어줘”

식당에서 밥을 받으며 늘 빈그릇 두개를 챙긴다. 두개를 겹쳐서 위의 그릇에 두 아이가 한꺼번에 먹을 밥을 담는다.

오늘도 그랬다. 딸 아이는 일본에 있지만 내 정신은 첫째와 함께 있었다.

#6

그래서 영상통화를 너무 기다렸다. 내가 기대했던 영상통화는 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나를 그리는 딸아이였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딸 아이는 일본이 너무 즐거운가보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보여주질 않네. 나쁜녀석.

이 나쁜녀석이란 말은 우리 엄마가 나에게 여전히 많이 쓰시는 말이다.

이 말에 얼마나 큰 사랑이 담겨있는지는 점점 더 알게 될 것 같다.

#7

두 아이다 사랑해요. 첫째든 둘째든.

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늘 내 사랑의 기울기는 첫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걸 실감했다. 둘째가 서운해하려나.

아마 내가 첫째와 단 둘이 보낸 시간과 비례할 것 같고,
이번주 일요일 오전에는 둘째와 단 둘이 보내봐야겠다.

“20170526”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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