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1 –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1
외할머니는 올해로 93이셨다. 무척 건강하셨지만 몇해전에 길에서 넘어지신 이후로 외출을 못하시게 되셨고, 
휠체어를 타게 되셨으며, 약간의 치매기까지 찾아오셨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할머니는 날 늘 알아보셨다. 
외할머니가 날 보면 여쭈셨던 질문은 한결같았다.

고양이는 잘 있니.
너는 머리 그렇게 하고 회사 다니니?

점점 말투가 느릿느릿해 지셨지만, 나를 알아보셨다. 민규야 하시면서.
그날도 날 알아보셨다.

#3
평소에 덤벙대던 나는 그날도 카메라를 할머니집에 놓고 왔다. 
그 카메라는 우리 가족의 모든 사진을 책임지기에 나는 5시 즈음에 회사에서 나섰다.
외할머니는 간병인하고 함께 계셨고,
그 느릿한 눈으로 넌 왜 어제도 오더니 오늘도 여기 왔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셨다.

할머니 나 덤벙대서 카메라 놔두고 왔어.
다음에 또 올께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계세요. 
하고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꼭 안아드렸다.
할머니도 내 등을 쓰다듬어 주셨다. 
그 느낌이 아직 기억이 난다.

#4
그렇게 뵙고 온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일요일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아내가 운다.
왕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내 외할머니는 우리 애들의 증조할머니기에
우린 왕할머니도 통칭했다.

어젯밤에 아무일 없이 주무셨는데 깨지않으셨다고 한다. 

#5
그렇게 실감은 나질 않았지만, 
마침 서울에 있었기에 빨리 갔다. 
우리 외할머니 보러.
하지만 입관때까지는 외할머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6
그렇게 3일을 장례식장에서 잤다.
오는 사람들마다 복받으셨다고 호상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너무 슬픈데 호상이란 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7
많은 게 변할 것이다.
늘 외할머니 집에 모였던 가깝지만 멀었던 외가식구들은 서로 얼굴보기가 더 힘들어질테다.

나는 우리 외할머니가 영원히 사실 줄 알았고, 기대했나보다.
내가 8살때 내 손 잡고 국민학교에 바래다 주셨는데,
내 딸아이가 내년에 8살이다.








“20190411 –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의 2개의 생각

  1. 저는 외할머니와 애틋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느낌은 들더라구요.
    저희도 식구들이 모일 일이 없어서 외할머니 제삿날에 모이기로 했어요. 어느덧 다음달이 2번째 제사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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