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3

#1

세계는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어느새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맘때즈음의 나는 대구의 초등학교에서 할머니 손을 잡고 등교하고 있었고.

집앞의 문방구에서 파는 병아리를 엄마가 못사게 해서 무척 속상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는 내가 그 병아리를 책임질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나보다. 

엄마의 결정이 옳았다. 끔찍한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2

몇달째 재택근무중이다.

지겹다. 효율도 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쪽 세계의 일은 가상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간의 연결고리가 없다는건 무척이나 버거운 일이다.

비록 업무중에 부딪히는 일이 없더라도

오프라인이 라는 연결고리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3

첫째가 부척 많이 컸다. 이제 말을 하면 대들기도 하고.

지난주에는 내가 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김가루를 그대로 다 아이에게 부어주자.

아빠 김가루 좋아하잖아.

아니 아빠 싫어하는데.

좋아하잖아.

아빠도 먹어요.

아빠 안먹으면 나도 안먹는다.

저렇게 말 하고 엄청 조금 나눠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저런 사소한 행동 하나도 부모에게 큰 감동이다.

 

이 아이가 잘못되면 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4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 이 사람은 후손이 있는가.
  •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나.

인터넷에서 검색한다.

 

#5 

위의 판단이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해서 1도 판단할 수 없지만. 그냥 궁금하다.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후손이 없다. 결혼을 못했거나. 

 

#6

나는 반려동물도 있고, 아이도 있다.

아이 키우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주로 이렇게 답했던 기억이 난다.

“힘든데, 아 사는게 X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 너무 좋은, 행복한 순간이 한번씩 와요. 그때가 너무 좋아요.”

“고양이 모시는 것과는 다른 결의 행복을 줘요.”

 

#7 

덕수는 2008년생이다. 덕수의 엄마 고양이 덕자. 덕자가 세상을 떠났다. 

덕수는 아직 건강하지만 두렵다.

눈물이 많아져서 유튜브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 소식을 볼때마다 눈물이 철렁한다.

 

#8

고양이들은 신기하다. 꼭 뭐 아는 것처럼 날 쳐다볼때가 있다.

덕수에게 똥멍청아 아빠가 사랑하는거 아니 라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면 꼭 아는 것처럼 눈을 지긋이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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