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수가 날 떠났다. 고양이 별로 멀리 떠나갔다.
세월이 야속할때가, 내가 아니고 주변의 변화를 느낄때다.
#2
덕수는 2009년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언젠가 덕수가 떠나게 된다면, 덕수를 기리는 멋진 글을 길게 써야지 하는 이상한 다짐을 했었다.
#3
딱히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덕수를 어떻게 기릴 수 있을까.
덕수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나에게는.
내가 집에 돌아오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나를 웃으면서 반겼다. 그 특유의 멍청하고 큰 눈으로. 자기 배를 쓰다듬으라 했다. 마치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 눈으로.
나는 그 눈을 사랑했다. 나한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달라고 하던.
#4
막상 덕수 떠나고, 며칠 후에는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덕수는 불쑥불쑥 날 찾아온다.
소파위에서도, 침대 다리 맡에서도, 그 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사라진다.
그럴때마다 무척 보고싶다.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