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과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에 박스가 있다.
“길 고양이 입니다. 데려가지 마시고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세요”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길 고양이 입니다. 데려가지 마시고 편히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고양이 상태를 보니 알겠다.
세상 떠나기 전 우리 고양이 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말도 걸지 말라는 그 눈빛.
냄새는 고약했고, 코 끝에는 피부병이 가득했으며 눈은 탁했다.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다.
동물 병원비는 비싸다.
아마 이 사람도 병원비가 비싸서 여기 유기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아이들은 우리 데려가요 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서 신고했다. 동물구조협회로 인계를 했단다.
20여분즘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사무적이다.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저 분들은 저게 일이다. 생업이겠지.
#2
나는 고양이가 있던 곳으로 다시 나가 그 분에게 인계를 하기 위해 다시 그 자리에 서성인다. 덕수랑 모든 고양이들이 내 안으로 찾아왔다. 울컥한 기분을 어쩔 수가 없다.
아저씨가 이동장에 넣기 위해 목덜미를 잡는 순간 그 꺼져가는 생명이 얇은 울음소리를 낸다. 날카롭게 나를 할퀴는 소리는 내 양심일까. 궁금했다.
승합차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온다.
동물구조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살아있다면 월요일날 글이 올라온다고 했다.
월요일까지 온다면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느낌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