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9 덕수가 떠났다

#1
덕수가 날 떠났다. 고양이 별로 멀리 떠나갔다.
세월이 야속할때가, 내가 아니고 주변의 변화를 느낄때다.

#2
덕수는 2009년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언젠가 덕수가 떠나게 된다면, 덕수를 기리는 멋진 글을 길게 써야지 하는 이상한 다짐을 했었다.

#3
딱히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덕수를 어떻게 기릴 수 있을까.
덕수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나에게는.
내가 집에 돌아오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나를 웃으면서 반겼다. 그 특유의 멍청하고 큰 눈으로. 자기 배를 쓰다듬으라 했다. 마치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 눈으로.

나는 그 눈을 사랑했다. 나한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달라고 하던.

#4
막상 덕수 떠나고, 며칠 후에는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덕수는 불쑥불쑥 날 찾아온다.

소파위에서도, 침대 다리 맡에서도, 그 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사라진다. 
그럴때마다 무척 보고싶다. 많이 보고 싶다.  

 

 

20230320

#1

지난주 일요일날 처음으로 복싱 생활체육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우승하니 대단해보이지만, 사실 연령, 체급별로 나누어진 대회이기에 대회참가 인구수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회 많아야 2회를 승리하면 우승하는 대회이다.

거기에 실제 복싱이 3분 1라운드이지만, 이러한 대회는 1분 30초가 1라운드 이고, 2회전을 할 경우 결승이 2분이 1라운드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걸렸다. 첫 대회를 기억한다. 상대도, 명치에 들어왔던 결정타도 기억나고 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풀렸다. 별거 아닌 만만해보이는 상대에게도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오기 일수였다.

10년동안 꽤 여러번 참가했다. 5번, 6번인가.
단, 한번을 못이겼다. 단 1회를.

꼭 이겨보고 싶었다.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의 취미를 오랫동안 했는데 성과를 하나 남기고 싶었다.

#3

처음 이겼다. 그것도 2회전을 말이다. 시합영상을 보면 엉망진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