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야마 아키라가 죽었다.

드래곤볼을 그린, 나에게는 본인을 의인화한 이 캐릭터로 더 친숙했던 만화가가 죽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는 건 멋진 일이지만, 이럴 때는 살짝 서글프다. 시대에 이름을 새긴, 나에게는 동시대를 보낼 수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는 인물들이 떠나간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이소라와 유희열 이 두사람이 떠올랐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굉장히 낯간지럽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어떻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청춘을 이 사람들의 작품으로 함께했다. 내가 가장 찌질하고 치열했던 시기에, 저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위로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위로가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단순한 말 한마디였을 수도 있다.

그 자체가 그때 나에게는 참 의미있는 말이었다. 그 야심한 밤에 저 사람들의 언어를 들으면서 묘하게 안심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나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소라의 마지막 앨범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버스킹 프로에서 여전히 누님 성격보여줬다는 썰을 들었을때도 나는 여전하지만 고맙네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살아있어줘서.

유희열이 불미스런 일로 특유의 치열을 보여주던 티비 속 화면에서 사라졌을 때도, 더 이상 유튜브에서도 볼 수 없어도 그래도 살아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구글에서 근황을 검색해봤다. 혹시나 잘못될까봐 걱정했다. 

꼭 만나서 전할 필요는 없는 말이다.  내 청춘을 빚진 사람들에게, 다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30619 덕수가 떠났다

#1
덕수가 날 떠났다. 고양이 별로 멀리 떠나갔다.
세월이 야속할때가, 내가 아니고 주변의 변화를 느낄때다.

#2
덕수는 2009년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언젠가 덕수가 떠나게 된다면, 덕수를 기리는 멋진 글을 길게 써야지 하는 이상한 다짐을 했었다.

#3
딱히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덕수를 어떻게 기릴 수 있을까.
덕수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나에게는.
내가 집에 돌아오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나를 웃으면서 반겼다. 그 특유의 멍청하고 큰 눈으로. 자기 배를 쓰다듬으라 했다. 마치 내 속을 다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 눈으로.

나는 그 눈을 사랑했다. 나한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달라고 하던.

#4
막상 덕수 떠나고, 며칠 후에는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덕수는 불쑥불쑥 날 찾아온다.

소파위에서도, 침대 다리 맡에서도, 그 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사라진다. 
그럴때마다 무척 보고싶다.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