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 길 고양이 만남

#1

아이들과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에 박스가 있다.

“길 고양이 입니다. 데려가지 마시고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세요”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길 고양이 입니다. 데려가지 마시고 편히 수 있게 해주세요”

고양이 상태를 보니 알겠다.
세상 떠나기 전 우리 고양이 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말도 걸지 말라는 그 눈빛.
냄새는 고약했고, 코 끝에는 피부병이 가득했으며 눈은 탁했다.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다.
동물 병원비는 비싸다.
아마 이 사람도 병원비가 비싸서 여기 유기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아이들은 우리 데려가요 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서 신고했다. 동물구조협회로 인계를 했단다.

20여분즘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사무적이다.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저 분들은 저게 일이다. 생업이겠지.

#2

나는 고양이가 있던 곳으로 다시 나가 그 분에게 인계를 하기 위해 다시 그 자리에 서성인다. 덕수랑 모든 고양이들이 내 안으로 찾아왔다. 울컥한 기분을 어쩔 수가 없다.

아저씨가 이동장에 넣기 위해 목덜미를 잡는 순간 그 꺼져가는 생명이 얇은 울음소리를 낸다. 날카롭게 나를 할퀴는 소리는 내 양심일까. 궁금했다.

승합차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온다.
동물구조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살아있다면 월요일날 글이 올라온다고 했다.
월요일까지 온다면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느낌으로 알고 있다. 

20250104 – 짧은 방학

#1

하루짜리 방학이 주어졌다. 나 같은 학부형들에게 방학이란 너무 길면 지루하고 너무 짧으면 그리 소중할 수 없다. 며칠전부터 혼자 뭘 할지 흥분하며 러프한 계획을 세웠다. 먼저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지하철 – 버스로 갈아타야하는 루트지만 집회때문에 버스가 막혔다. 혼자니깐 고민할 게 없다. 그냥 걷기로 한다. 여러종류의 사람들이 각자의 반짝이는 눈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나누어준다. 한개도 받지 않고 내 갈길을 간다. 오늘은 쉬어가려구요. 드디어 버스가 다니는 길이 나왔다. 지도를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다. 아까도 조회했지만 한개도 기억나질 않는걸 어떡하랴.

미술관에 도착했다. 원장님 말씀으로 리뉴얼하고 새로이 개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표를 끊고 들어간다.

드로잉부터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내가 아는 색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색깔이다. 빠져들 듯 한참을 쳐다본다. 자기는 새라는 단어가 있기 전에 존재했던 새를 그리고 싶다는 비슷한 말을 했다. 알 수 없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림을 보니 알것도 같다. 기념관 꼭대기 층에 도달하니 작가가 찍어낸 무수히 많은 점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죽은지 30년도 넘은 작가는 자기 우주로 내게 말을 건내고, 관람객인 나는 압도되는 기분으로 그림에 고마움을 표현한다. 예술하는 작가는 작품으로 오래동안 기억될테니 얼마나 복받은 사람인가 싶다.

한참을 관람한다. 가까이서도 보고, 조금 떨어져서도 본다. 거리따라 보이는 세상이 다르니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여행인가 싶다.

#2

내려오는 길에 LP상가가 근처에 있음을 기억해낸다. LP 플레이어는 얼마전에 구입했다. 머릿속으로 LP로 꼭 들어봐야지 했던 2개 앨범을 생각해냈다. 버스 – 지하철, 왔던 경로를 뒤집어 LP판매점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LP상가는 레트로 열풍따라 최근에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많은 금은방들이 모두 LP상이 되었다. 많은 LP상점들은 70-80년대로 그 음반들이 구성되어 있다. 나의 황금era는 2천년대였다. 내가 찾던 음반은 없었지만 2장을 건져서 구매하고 돌아온다. 배달음식을 뜯어먹으면서 2개다 재생해본다. 

역시 짧은 방학은 달콤하다.